한국인의 충격, 브라질식 쓰레기 배출
한국에서 살다 온 교민이 브라질에서 처음 쓰레기를 버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이렇게 대충 해도 되나?”
한국에선 종량제 봉투, 음식물 봉투, 재활용 세부 분류가 철저하다. 투명
페트병과 불투명 플라스틱, 라벨 분리, 병뚜껑 분리까지 요구된다. 잘못
버리면 경비실에서 경고를 받거나 아예 수거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브라질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재활용(Lixo reciclável)과 일반
쓰레기(Lixo comum), 딱 두 가지다. 플라스틱, 캔, 종이, 유리를 한 봉투에
넣고,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는 다른 봉투에 넣는다. 이게 전부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무질서에 가깝지만, 브라질에서는 이게 정상이다.
아파트 단지 안의 시스템
브라질 아파트 단지에는 보통 ’Lixo’라고 표시된 공간이 있다. 입주민들은
쓰레기를 거기에 갖다 두고, 경비원이나 청소 담당자가 수거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꺼내놓는다.
관리가 잘 되는 경우
신축 아파트나 월세가 비싼 고급 콘도는 재활용 전용 컨테이너가 따로 있고,
수거일도 명확히 나뉜다. 분리배출을 지키는 입주민도 많아 한국 교민이
보기에 “그래도 좀 체계적이다”라는 안도감을 준다.
문제점
하지만 보통 단지는 다르다. – 재활용 봉투에 음식물이 섞여 있다. – 유리를
일반 쓰레기 봉투에 넣는다. – 냄새가 심한 음식물을 비닐 없이 던져 넣기도
한다.
결국 수거차가 와서 싣고 가면, 제대로 분리된 건 다시 뒤섞이게 된다. 교민
입장에서는 “내가 꼼꼼히 분리해도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한 교민은 이렇게 말했다. >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터져서 경비원이
욕하면서 치우는 걸 봤다. 한국 같았으면 큰일 났을 텐데, 여기선 그냥
그러려니 한다.”
길거리 풍경과 충격적인 위생 현실
단독주택이나 작은 건물은 더 단순하다. 집 앞 인도에 검은 봉투를 그대로
내놓는다. 수거차(카미뇽 de lixo)가 지정된 요일과 시간에 와서 가져간다.
문제점 1: 노숙자와 동물
밤마다 노숙자들이 봉투를 찢어 음식물을 뒤지고, 개나 고양이가 쓰레기를
흩어놓는다. 길거리가 순식간에 지저분해진다.
문제점 2: 우기(비 오는 계절)
브라질은 장마처럼 비가 많이 온다. 비가 오면 봉투가 터지고, 오수가
흘러나와 하수구를 막는다. 우기에는 도로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악취가
심해진다.
문제점 3: 여름철 위생
더운 날씨에 봉투가 하루만 있어도 냄새가 진동한다. 벌레와 모기가 꼬이고,
위생 문제가 심각해진다. 교민들은 “대도시 맞아?”라며 놀라곤 한다.
수거차와 노동자들의 현실
브라질의 쓰레기 수거차는 밤에 주로 운행한다. 특유의 큰 경적을 울리며
동네를 돈다. 그러면 주민들은 그 소리를 듣고 마지막으로 봉투를 내놓는다.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은 트럭 뒤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봉투를 들고
뛰어다니며 트럭에 던져 넣는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들의
작업 환경은 열악하다. 장갑도 없이 손으로 봉투를 집어 던지고, 악취 속에서
달린다. 그래서 종종 사회적 논란이 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대체로
무심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노동자들이 쓰레기 봉투를 던지면서도 서로 농담을 하고,
음악을 틀고, 활기차게 일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특유의 “힘들어도 흥으로
버틴다”는 문화가 반영된 장면이다.

브라질 사람들의 인식
한국인에게는 청결이 당연한 가치지만, 브라질인들은 상대적으로 덜
집착한다. “트럭이 가져가면 끝이다”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쓰레기가 조금
흩날려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대신 책임을 배출자가 아니라 수거 후 노동자와 업체에 둔다. 분리배출은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고, 제대로 분리하지 않아도 수거 후 분류장에서
다시 선별하면 된다고 여긴다.
교민들이 겪는 적응 과정
처음 교민들은 스트레스가 심하다. – “내가 재활용을 지켜도 결국 다
섞이네.” – “길거리에 봉투를 그냥 놔둔다니, 이게 도시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게 된다. 한국식 습관을 그대로 고집하기보다는,
브라질식 단순 분리에 적응한다. 그러면서 배우는 게 있다. “모든 게 한국
기준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교민 사회에선 농담처럼 이런 말이 돈다. > “여긴 쓰레기조차 자유다.”
처음엔 웃음 반, 체념 반이지만, 결국은 적응의 과정이다.
지역별 차이
- 상파울루: 대도시라 캠페인도 많고, 일부 구역엔 색깔별 분리 수거함도
있다. 하지만 실행력은 약하다. - 리우데자네이루: 관광지라 수거는 잦지만, 해변에 쓰레기가 자주
흩날린다. - 소도시: 오히려 깔끔한 경우가 많다. 주민이 적어 관리가 단순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즉, 도시가 클수록 더 복잡하고 문제가 많다.
환경 문제와 재활용 노동자
브라질은 국토가 넓어 매립지 부족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그래서 위기의식이
약하다. 하지만 동시에 빈민층은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을 주워 생계를
이어간다. 이들을 Catadores(쓰레기 줍는 노동자)라고 부른다. 시청과
협력하는 재활용 협동조합(Cooperativas)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질의 재활용 비율 상당 부분은 이 비공식 노동자들에게
의존한다. 한국에서는 제도와 시민 의식이 시스템을 떠받친다면, 브라질은
사회적 빈곤과 노동자들의 생존이 재활용을 지탱하는 셈이다.
한국과의 극명한 차이
- 세세한 규칙: 한국은 라벨, 병뚜껑, 비닐까지 나눈다. 브라질은 단순
분류. - 배출 방식: 한국은 공동 배출함·종량제 봉투. 브라질은 집 앞 인도 봉투.
- 책임 위치: 한국은 배출자 책임. 브라질은 수거 후 노동자 책임.
- 문화 태도: 한국은 청결·규율 중시. 브라질은 대충 하지만 돌아가면 됨.
- 재활용 주체: 한국은 제도와 시민. 브라질은 협동조합과 빈민 노동자.
마무리 – 적응의 기술
브라질에서 쓰레기 하나 버리는 방식에도 문화가 드러난다. 한국은 철저한
규율과 시스템, 브라질은 느슨하지만 결국 돌아가게 만드는 방식.
교민이 배우는 건 단순하다. “내 기준만 옳은 게 아니다.” 브라질식 방식은
불편하고 지저분해 보여도, 그 사회 나름의 논리로 굴러간다.
결국 중요한 건, 모든 걸 한국식으로 바꾸려는 집착이 아니라, 다른 기준을
인정하고 적응하는 유연함이다. 길거리에 쓰레기 봉투가 쌓이는 모습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그 나라의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가 된다.
TL;DR
브라질 쓰레기 수거는 한국과 전혀 다르다. 세세한 분리 대신 단순화, 집 앞
인도 배출, 수거 후 노동자 책임이 특징이다. 불편하지만, 결국 교민들은
“차이를 인정하는 유연함”으로 적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