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진짜로 불쾌해하는 포인트
브라질 사람들은 외향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미묘한 예의의 기준과 사회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은 행동이, 브라질에서는 의외로 무례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죠. 저도 처음 브라질에 왔을 때는 그게 전혀 감이 안 잡혔습니다.
말투도, 인사법도, 미소의 타이밍도 다 달랐고, 가끔은 나도 모르게 상대를 불쾌하게 만든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랜 세월 살다 보니 확실히 느낀 게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예의’라는 게 단정함보다는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에 가깝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서 예의 바른 사람은 말이 조심스럽고, 표정이 단정하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브라질에서는 그게 오히려 “쌀쌀맞다”, “무뚝뚝하다”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실제로 겪고, 또 현지 친구들에게 들은 ‘브라질에서 예의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는 행동 다섯 가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인사 없이 본론부터 말하기
브라질에서는 “Oi” 한마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걸 굉장히 차갑게 받아들입니다. 가게에 들어가서 “이거 얼마예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가격을 알려주지만, 얼굴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요. 반면 “Oi, tudo bem?” 한마디만 덧붙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웃으면서 응대하고, 더 친절하게 대해줘요. 그 짧은 인사가 단순한 예절이라기보다 “당신을 사람으로서 존중한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브라질인들에게 대화는 항상 감정의 교류이기 때문에, 인사를 생략하는 건 ‘당신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로 해석됩니다. 한국에서는 친한 사이라면 인사 생략해도 무방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친할수록 더 인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왜 매번 인사부터 해야 하지?’ 했지만, 이제는 어느 카페에 가도 자동으로 “Oi, tudo bem?”이 입에서 나와요. 그게 이 나라의 리듬이에요.
고마움을 즉시 표현하지 않기
한국에서는 계산대에서 물건 받고 “감사합니다” 안 해도 큰 문제는 없잖아요.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그게 다릅니다. 커피 한 잔을 받아도, 문을 열어줘도,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아도 “obrigado(a)” 한마디는 기본이에요.
그것도 그냥 입으로 툭 던지는 게 아니라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해야 자연스럽습니다. ‘감사’라는 단어 자체보다, 그 태도가 중요하죠.
브라질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건다는 걸 ‘인정받는다’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고마움을 생략하면 ‘나를 무시했나?’ 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점원, 경비원, 청소 직원에게는 “obrigado” 하나로 관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번은 마트 계산대에서 카드가 안 돼서 직원이 도와줬는데, 그때 제가 바빠서 그냥 나가버렸거든요.
나중에 다시 갔더니 그 직원이 저를 기억하더라고요. “지난번에는 인사도 안 하고 갔지?” 하면서 웃는데, 순간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리 급해도 “obrigado”는 꼭 말합니다.
사람을 “너”처럼 대하는 말투
이건 외국인들이 진짜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한국처럼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교재에서 ‘당신’이라는 뜻으로 **“você”**를 가르치죠.
그런데 실제로는 você를 아무에게나 쓰면 실례가 됩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있는 사람에게는 “o senhor / a senhora”라고 부르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직원에게 “você pode me ajudar?”(너 나 좀 도와줄래?)라고 말하면, 상대가 순간 표정이 굳을 수 있습니다. 저도 초기에 이런 식으로 말하다가 분위기가 싸해진 적이 있었어요. 언어의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죠. 브라질은 외향적이지만, 동시에 상대의 체면과 존중을 중시하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você”를 남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senhor, senhora”로 말하면 훨씬 예의 있어 보이고, 바로 존경의 인상을 줍니다. 흥미로운 건, 반대로 친구끼리는 엄청 자유롭게 반말하고, 가벼운 농담도 바로 오갑니다. 그러니까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보다는 ‘친밀도’가 기준이에요.

약속 시간에 너무 엄격한 태도
브라질에 처음 왔을 때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게 시간 개념이었습니다. 약속이 오후 3시라면, 저는 2시 50분에 도착하죠. 그런데 상대는 3시 20분쯤 여유롭게 옵니다. 그리고 “Desculpa, trânsito!”(미안, 교통 때문에!) 한마디로 끝이에요.
처음엔 화가 났죠.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무책임하지?’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였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시간보다 분위기와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보다 스케줄이 앞서는 행동을 예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요. 너무 시간에 엄격하면 “유연성이 없다”, “차갑다”는 인상을 줍니다. 특히 파티나 모임에서는 정시에 가면 오히려 민망합니다.
\손님들이 늦게 와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니까요. 물론 업무 미팅은 예외지만, 그마저도 10분 정도 늦는 건 큰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저도 지금은 상대가 늦으면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립니다. 그게 이곳의 ‘Tranquilo(괜찮아)’ 문화예요.
스킨십이나 미소를 피하는 태도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과 너무 가깝게 서 있거나 몸을 터치하는 게 불편하죠. 그런데 브라질에서는 그게 오히려 예의입니다. 친구를 만나면 포옹하거나, 볼에 가볍게 인사 키스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인사법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이게 굉장히 어색했습니다. 어느 날 브라질 친구가 “왜 너는 인사할 때 멀리 서 있냐”고 묻더군요.
저는 그냥 조심스러웠던 건데, 그 친구는 제가 자신을 피한다고 느꼈대요. 또 브라질 사람들은 대화할 때 눈을 오래 마주치지 않거나, 표정이 딱딱하면 불편해합니다. 그게 무례라기보다, 감정을 숨긴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웃음은 예의의 기본이에요.
실제로 현지인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Bom dia!” 하며 웃는 걸 자연스럽게 합니다. 만약 아무 표정 없이 지나가면, “저 사람 기분 나쁜가?”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브라질에서는 ‘웃지 않음’이 무례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길을 걸을 때나 편의점에서도 무조건 미소로 인사합니다. 그게 이 나라에서 살아남는 법이에요.
마무리
결국 예의의 기준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브라질에서 중요한 건 진심을 표현하는 태도입니다. 인사 한마디, 감사의 말, 작은 미소가 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절로 통합니다.
반대로 아무 감정 없이 정확하게만 행동하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차갑게 느껴집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늘 말합니다. “사람은 따뜻해야 한다(Tem que ser caloroso).” 그 말이 이 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의 예의가 단정함이라면, 브라질의 예의는 따뜻함이에요.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곳의 사람들과 훨씬 편하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제는 인사 없이 커피를 주문하지는 않습니다. 웃으며 “Oi, tudo bem?” 한마디로 하루가 훨씬 부드럽게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