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생활비, 식비, 집세까지 현실 분석
브라질에서 한 달을 살아본다는 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언어보다 돈이 먼저 적응을 요구한다. 상파울루 중심의 봉헤찌로(Bom Retiro) 는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동네지만, 동시에 브라질의 현실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아침이면 브라질 음악이 들리고, 점심 무렵엔 김치찌개의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어느 카페 앞에서는 “Tudo bem?”이 들리고, 그 옆에서는 “안녕하세요”가 섞인다.
나는 매일 이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산다. 익숙하지만 낯설고, 외국이지만 또 집 같은 동네. 오늘은 이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며 지출한 한 달의 현실적 비용을, 숫자와 감정 모두 담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 1️⃣ 월세 — 62㎡ 아파트 기준, 월 3,300헤알
내가 사는 곳은 봉헤찌로 중심부의 콘도형 아파트다. 면적은 약 62제곱미터, 침실 두 개에 거실 하나. 오래된 건물이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월세는 2,400헤알, 여기에 콘도비가 900헤알.
경비와 청소, 엘리베이터 유지, 주차, 쓰레기 수거가 포함된 금액이다. 총 3,300헤알, 한화로 약 95만 원이다. 브라질 기준으로 결코 싼 편은 아니지만, 위치와 안정성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밤에는 문 앞 경비가 지키고, 오전에는 쓰레기차 대신 새소리와 커피 향이 먼저 들어온다.
창문 밖으로는 오래된 건물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골목 아래로 내려가면 한국식 미용실과 브라질 빵집이 나란히 있다.
그런 풍경 덕분에 이곳의 월세가 조금 비싸도, 그만큼의 편안함을 산다고 느낀다.
외곽으로 나가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지만, 안전을 잃는다. 상파울루에서는 싸게 사는 게 반드시 이득이 아니다.
🍚 2️⃣ 식비 — 브라질 쌀은 싸지만, 한국 입맛은 비싸다
브라질의 마트에 가보면 신기할 정도로 물가가 극단적이다. 현지 쌀 5kg은 30헤알, 하지만 한국산과 비슷한 품질의 쌀은 60헤알이다. 고기와 과일, 채소는 오히려 한국보다 싸다.
닭가슴살 1kg이 20헤알, 바나나 1kg이 8헤알, 토마토 1kg이 10헤알. 하지만 공산품은 반대다. 냉동식품, 스낵, 컵라면 같은 건 세금이 붙어서 터무니없이 비싸다.
냉동만두 한 팩이 70헤알, 라면 하나가 15헤알이라 처음엔 가격표를 몇 번이나 다시 봤다.
결국 브라질식으로 먹으면 싸지만, 한국식으로 먹으면 훨씬 비싸다.
그래서 요즘은 절충한다. 평일엔 브라질 재료로 요리하고, 주말엔 한식으로 보상한다.
그렇게 해도 한 달 식비가 2,000 헤알(약 60만 원) 은 기본이다. 그래도 브라질 음식엔 묘한 중독성이 있다.
특히 PF(Prato Feito)는 단순하지만 묘하게 정이 간다. 콩(Feijão)이 밥보다 중요한 나라라, 콩이 없으면 밥이 심심하다. 한국에서 밥심으로 살았다면, 브라질에서는 콩심으로 산다.

🍽️ 3️⃣ 하루 식사 구조 — 아침 10헤알, 점심 30~40헤알, 저녁 150헤알
아침은 늘 같다.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 10헤알이면 충분하다. 브라질 사람들은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은 PF, 밥과 콩, 고기, 샐러드, 파로파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평균 30~40헤알, 싸고 배부르고 맛있다. 그런데 저녁은 완전히 다르다.
한인식당에 가면 김치찌개 한 그릇이 70헤알, 거기에 소주 한 병을 시키면 150헤알이 훌쩍 넘는다. 한국에서는 평범한 저녁이지만, 브라질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은 그게 필요하다. 타지에서 산다는 건 몸보다 마음을 달래는 일이니까.
🚌 4️⃣ 교통비 — 걸어서 해결하지만, 주말엔 차를 탄다
봉헤찌로는 워낙 중심이라 거의 걸어서 다닌다. 지하철 Luz 역, Tiradentes 역이 가까워서 대중교통으로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나는 차를 한 대 가지고 있다.
출퇴근용이 아니라 헬스장 갈 때나 주말에 근교로 나갈 때만 쓴다.
평일에 도심을 달리면 금세 후회하게 된다. 상파울루 도로는 매끈하지 않다.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오토바이가 차 사이를 미친 듯이 달린다.
신호마다 차선이 엉켜 있고, 클락션이 공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대부분은 걸어 다니고, 가끔 우버를 탄다. 우버 기본요금이 10~15헤알, 하루 한두 번 정도면 한 달 교통비는 600~800헤알(약 20만~25만 원) 수준이다.
기름값은 리터당 6헤알, 주차비는 시간당 10헤알 정도.
필요할 때만 차를 쓰는 게 브라질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 5️⃣ 공과금·통신비 — 기본요금이 은근히 비싸다
브라질의 전기요금은 예측이 어렵다.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300헤알이 넘고, 겨울에는 난방을 안 써도 기본요금이 200헤알 이상 나온다.
수도·가스까지 포함하면 월평균 350~400헤알, 여기에 인터넷(300메가) 130헤알, 휴대폰 요금 100헤알 정도가 더해진다. 결국 공과금과 통신비를 합치면 한 달 600헤알(약 17만 원) 안팎이다.
한국처럼 빠른 와이파이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심지라면 안정적이다. 브라질은 기본요금이 싸보여도 세금이 붙으면 금액이 달라진다. 한 달마다 조금씩 오르내려서 예산을 잡기가 힘들다.
🍻 6️⃣ 여가비 — 바베큐, 맥주, 그리고 사람
브라질에서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주말이면 봉헤찌로 골목이 달라진다.
가게 앞에서 맥주를 마시며 웃는 사람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삼바 리듬, 지나가는 행인에게 “Saúde!(건배!)”라고 외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나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웃는다.
이런 자리에 한 번만 나가도 100~150헤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헬스장 등록비 160 헤알, 영화 40헤알, 친구 생일 선물 500 헤알, 이런 작은 지출들이 모여 한 달에 1200~2200 헤알(40만~60만 원) 이 된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아깝지 않다. 여가비가 아니라 ‘사람비’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이곳의 인간관계는 따뜻하다.
💰 7️⃣ 한 달 총 지출 — 약 6,800~7,200헤알 (185만~200만 원)
이 모든 걸 합치면 한 달 생활비는 대략 이렇다. 월세·관리비 3,300헤알, 식비 1,800헤알, 교통비 600헤알, 공과금·통신비 600헤알, 여가비 800헤알.
합산하면 약 6,800~7,200헤알, 환율 기준으로 185만~200만 원이다. 절약하려면 150만 원대에도 살 수 있겠지만, 그건 ‘생활’이 아니라 ‘버티기’에 가깝다. 브라질은 돈을 아끼려 하면 외로워진다.
반대로 조금 더 쓰면, 관계가 열리고 하루가 즐거워진다.
🌇 8️⃣ 브라질 생활의 진짜 비용 — 돈보다 중요한 온도
봉헤찌로에서 살다 보면 ‘얼마 드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한국에서는 통장 잔고가 안정감이지만, 여기서는 웃음이 안정감이다. 하루를 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것. 그게 이 도시의 기본값이다.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다. “여기선 돈을 아끼면 인생이 심심해진다.” 처음엔 웃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내 생활 철학이 됐다. 돈을 쓰는 대신 시간을 얻고, 물건 대신 온기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봉헤찌로를 ‘비싸지만 따뜻한 동네’라고 부른다. 이곳의 진짜 비용은 헤알이 아니라, 웃음과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