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브라질에서 장기 체류를 하거나 이민을 온 교민이라면 반드시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신분증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민등록증 하나만 있으면 은행, 휴대폰, 병원, 학교 등록까지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지만, 브라질은 제도가 조금 다릅니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신분증을 요구하고, 발급 기관도 제각각입니다. 처음엔 복잡하고 낯설어서 당황하기 쉽죠.
교민 사회에서도 자주 오가는 대화가 “CPF 만들었어?”, “RNM은 언제 나온대?”, “RG까지 나왔어?” 이런 식입니다. 그만큼 브라질에서의 신분증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과 직결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라질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신분증, RG, CPF, RNM을 풀버전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RG (Registro Geral) – 브라질의 기본 신분증
RG는 브라질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신분증입니다. 브라질 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영주권이나 장기 체류 자격만 있으면 발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교민들 가운데서도 오래 거주하고 신분이 안정된 분들은 대부분 RG를 갖고 있습니다.
카드에는 이름, 부모 이름, 생년월일, 발급기관 등이 적혀 있으며, 은행 업무나 계약, 공공기관 행정 절차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됩니다. 실제로 은행에 가면 직원들이 습관적으로 “RG 있어요?”라고 묻습니다. RNM만 있어도 처리는 가능하지만, RG가 없을 경우 번거롭게 질문이 이어지거나 서류를 추가로 요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은행 업무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RNM을 내밀면 직원이 잠시 망설이면서 상사에게 확인을 요청하고, 처리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RG를 내면 바로 입력하고 절차가 훨씬 빨라집니다. 결국 브라질에서 오래 살 계획이라면 RG까지 챙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 정리하자면, RNM은 외국인의 첫 신분증이지만, RG는 브라질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이자 편리한 생활의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2. CPF (Cadastro de Pessoa Física) – 브라질 생활의 열쇠
브라질에서 생활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번호가 있습니다. 바로 CPF입니다. CPF는 세무국(Receita Federal)에서 발급하는 개인 납세자 등록번호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CPF가 단순한 세금 관련 번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생활 전반의 필수 열쇠 역할을 합니다.
- 은행 계좌 개설
- 신용카드 발급
- 휴대폰 개통
- 온라인 쇼핑
- 대형마트 멤버십 가입
- 아파트 임대 계약
마트 계산대에서 직원이 “CPF 있어요?”라고 묻는 건 브라질 생활의 일상입니다. 처음엔 생소하고 당황스럽지만, 몇 번 겪다 보면 습관처럼 CPF 번호를 읊게 됩니다.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질의 유명 사이트인 Americanas, Mercado Livre 등에서 결제를 시도하면 반드시 CPF를 입력해야 하며, 없으면 아예 결제가 막혀버립니다.
교민들 사이에서는 “CPF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실제로 신용카드 발급을 시도하다가 CPF가 없어서 거절당하거나, 휴대폰 개통을 하려다 개통이 막히는 경우를 수없이 겪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임대 계약서에도 CPF가 적히지 않으면 계약이 불가능합니다.
즉, CPF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브라질 생활을 열어주는 열쇠라 할 수 있습니다.
3. RNM (Registro Nacional Migratório) – 외국인의 첫 관문
브라질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라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신분증이 바로 RNM입니다. 예전에는 RNE라고 불렸지만, 최근에는 RNM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RNM은 브라질에서 합법적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등록증입니다.
사진, 지문, 유효기간 등이 표시된 카드 형태인데, 이것이 있어야 외국인으로서 브라질 안에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 경찰 검문 시 신분 확인
- 항공 국내선 탑승 (여권 대신 가능)
- 은행 계좌 개설
- 각종 계약 체결
하지만 발급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연방 경찰(Federal Police)에 예약을 잡는 것부터가 고역입니다. 예약 시스템이 항상 열려 있는 게 아니고, 특정 요일과 시간에만 열리기 때문에 수십 번 시도해야 겨우 예약이 잡히기도 합니다. 예약에 성공해도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습니다. 출생증명서, 번역 공증, 비자 관련 서류 등을 챙겨야 하고, 서류가 조금만 부족해도 보완 요청을 받습니다.
카드가 실제로 나오기까지는 몇 달이 걸리며, 그동안은 임시 문서(프로토콜)를 들고 다녀야 합니다. 문제는 이 프로토콜을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잘 인정을 안 해준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은행 계좌를 열러 갔는데 프로토콜만 있으면 “정식 RNM 카드 나오고 다시 오세요”라는 말을 듣기 일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교민들은 큰 불편을 겪습니다.
RNM은 외국인 신분을 보장하는 중요한 문서지만, 동시에 브라질 관료주의의 현실을 체감하게 만드는 첫 관문이기도 합니다.
4. 교민의 현실적인 조합
브라질에서 외국인이 생활하려면 보통 RNM + CPF 조합으로 시작합니다. RNM은 신분을 보장해주고, CPF는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후 영주권이나 장기 체류 자격이 안정되면 RG까지 발급받아 세 가지를 모두 갖추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 휴대폰을 사러 갔더니 직원이 “CPF 있어요?”라고 묻는다. 없으면 바로 개통이 불가능하다.
- 은행 계좌를 열려고 하니 “RG 있나요?”라고 한다. RNM만 있으면 처리는 가능하지만 시간이 더 걸린다.
- 경찰이 길에서 검문을 하면 RNM을 보여주면 되지만, 프로토콜만 들고 있으면 괜히 질문이 길어진다.
- 온라인 쇼핑을 하려는데 CPF 없이는 결제가 막혀버린다.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교민들은 깨닫게 됩니다. 한국은 주민등록증 하나로 웬만한 게 해결되지만, 브라질은 RNM, CPF, RG 세 가지가 서로 다른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다는 사실을요.

마무리
정리하자면, 브라질 신분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RG: 브라질 국민과 장기 체류 외국인이 발급받는 기본 신분증
- CPF: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필수인 납세자 번호, 사실상 생활 전반의 열쇠
- RNM: 외국인의 신분을 보장하는 첫 관문
교민이라면 초기에 반드시 RNM과 CPF를 확보해야 하고, 브라질에 뿌리를 내릴 계획이라면 RG까지 발급받는 것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브라질에서 신분증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생활 편의와 직결된 현실이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잘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곧 브라질 생활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