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인들이 한국인에게 항상 하는 질문 TOP 5

브라질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건 늘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하는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마치 ‘스크립트’처럼 비슷한 질문들이 튀어나오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고 당황스럽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거의 자동으로 답이 나올 정도다.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거라 귀찮을 때도 있지만, 사실 이런 질문을 곱씹어 보면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1. K-pop 전성시대: “BTS 알아요? 싸이 알아요?”

브라질에서 한국인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듣는 첫 질문이다. K-pop은 브라질 젊은 세대의 일상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상파울루 중심가에 있는 음반 가게에 가면 브라질 가수보다 BTS, 블랙핑크 앨범이 더 눈에 띄고, 카페에서 들려오는 배경 음악이 방탄소년단 노래일 때도 많다.

심지어 우버 기사에게서도 “BTS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사 아저씨는 딸이 아미라면서, 나를 보자마자 “혹시 멤버랑 아는 사이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그냥 웃으며 “팬일 뿐이다”라고 답해주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신나서 자기 최애 멤버 이야기를 늘어놓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파티나 클럽에서는 여전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는데, 브라질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자마자 자동으로 말춤을 춘다.

나까지 같이 따라 하면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지고, “아 역시 한국인이라 다르다”는 농담 섞인 말까지 들린다. 지겹긴 하지만, 이 질문과 반응만큼 한국인과 브라질 사람 사이를 빠르게 연결시켜주는 소재도 없다.


2. 분단의 이미지: “북한 사람이에요, 남한 사람이에요?”

의외로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이거다. 브라질에서 한국을 접하는 창구는 대부분 CNN, BBC, Globo 같은 국제 뉴스다.

그런데 거기서 다뤄지는 한반도 이야기는 주로 북한 미사일, 군사 퍼레이드, 긴장 상태 같은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South or North?”라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마자 “북쪽이냐, 남쪽이냐”부터 물어봤다. 내가 “남쪽이다”라고 하자, 그는 안심하듯 “아, K-pop 나라구나!”라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남북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라기보다 그냥 뉴스 속 이미지일 뿐이라는 걸.

심지어 어떤 브라질 친구는 “북쪽 사람들은 전기랑 인터넷도 못 쓴다는데 진짜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질문을 들으면 잠시 멈칫하게 되지만, 대체로 가볍게 설명한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지만, 지금은 다른 체제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남쪽에서 왔다. 거긴 드라마, 음식, IT가 유명하다”라고 말해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무겁게 정치 얘기를 늘어놓기보다는, 문화와 생활로 주제를 돌리는 게 훨씬 편하고 현명하다.


브라질 친구들이 한국인에게 'BTS?', '김치?', 'LoL?'이라고 말풍선을 던지는 장면 — 한국인은 땀 흘리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코믹한 일러스트
브라질 친구들이 한국인에게 ‘BTS?’, ‘김치?’, ‘LoL?’이라고 말풍선을 던지는 장면 — 한국인은 땀 흘리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코믹한 일러스트

3. 한국 음식의 매운맛: “김치 진짜 매워요?”

세 번째로 자주 나오는 건 음식 이야기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은 곧 매운맛이다. 김치와 불닭볶음면은 이미 인터넷 밈 덕분에 유명하다.

유튜브에서 ‘한국 매운 라면 도전’ 같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젊은이들은 한국인=매운맛 내성 괴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내가 김치를 조금 나눠줬을 때, 한 친구는 한 입 먹자마자 얼굴이 빨개지고 땀이 비 오듯 흐르더니 “혀가 불타는 것 같다”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친구는 매워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자꾸 젓가락을 들더라. 신기한 건 그들이 다음 날 다시 와서 “조금만 더 줄 수 없냐”고 묻는 거였다. 매운맛은 고통과 쾌감이 동시에 있는 경험이라는 걸 그때 새삼 느꼈다.

또 어떤 사람은 고추장을 멕시코 칠리 소스랑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건 다르다, 한국 고추장은 단맛과 감칠맛도 있다”고 설명하면 다들 놀란다.

음식 얘기는 단순히 맛을 넘어 문화 차이까지 보여주는 주제라서, 질문이 반복돼도 언제나 즐겁다.


4. 드라마 속 이미지와 현실: “한국 사람들 진짜 다 잘생겼어요?”

K-드라마는 브라질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들이 브라질 넷플릭스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드라마 나라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브라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 진짜 다 피부 하얗고 잘생겼어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 질문을 들으면 그냥 웃으며 “나 빼고 다 그렇다”고 농담한다. 그러면 다들 폭소를 터뜨리고, 분위기가 확 풀린다.

실제로 브라질 친구들 중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따라 하려는 경우도 많다.

“오빠”라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그게 연인에게만 쓰는 말인 줄 아는 경우도 있고, 드라마 속 군인 캐릭터를 보며 “북한 군인도 저렇게 잘생겼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드라마처럼 살진 않지만, 외모 관리와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다. 이런 얘기를 해주면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그렇구나”라고 반응한다.

결국 드라마는 한국의 현실을 다 담지는 않지만,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5. 게임 마니아 한정 질문: “롤 한국 서버는 그렇게 빡세요?”

게임을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이라면 한국인을 만났을 때 거의 반드시 꺼내는 질문이 있다. 바로 롤(LoL) 이야기다. 브라질 서버는 트롤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 보니, 한국 서버에 대한 환상이 크다.

“한국 서버는 다 다이아 아니에요?”, “프로게이머가 PC방에서도 게임하나요?”, “브라질 서버에서 한국인 만나면 그냥 게임 끝난다던데 사실이에요?” 같은 질문은 흔하다.

내가 브라질 친구들과 롤을 같이 했을 때, 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든든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게임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브라질 친구들은 한국 PC방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정말 24시간 열려 있어요?” “밥도 팔아요?”라는 질문을 듣곤 한다.

나는 실제 PC방에서 김치볶음밥 먹으면서 밤새 게임했던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럼 친구들은 “언젠가 한국 가서 꼭 PC방 가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단순히 게임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 청소년 문화나 인터넷 속도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마무리: 지겨워도 웃으며 대답하는 이유

브라질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건 결국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는 삶이기도 하다. BTS, 북한, 김치, 드라마, 그리고 롤.

질문은 늘 비슷하고 때로는 지겹지만, 그 안에는 한국을 향한 호기심과 친근함이 담겨 있다.

지겹게 들릴지라도 웃으며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대화가 길어지고,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 브라질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너희 나라가 궁금하다”는 표현이다. 그걸 유머와 정보로 잘 받아넘길 때, 한국인으로서 브라질에서 살아가는 재미가 진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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