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고속버스의 현실

18시 30분 버스가 20시 30분에 온다고 했다…돌아버린다 진짜…

Uberlândia, 굳이 올 이유는 없는 도시

이번에 잠깐 들른 도시는 **Uberlândia**다.


한국 사람 기준으로 보면 이름부터 낯설다. 사실 이 도시는 굳이 찾아올 이유가 거의 없다.

관광지도 없고, 한인 사회도 없고, 브라질에 오래 살아도 일부러 올 일은 잘 없다.

대부분은 나처럼 일 때문에 잠깐 경유하거나, 이동 중 어쩔 수 없이 거치는 정도다.

그래도 브라질 안에서는 나름 역할이 있다.

미나스 제라이스 주의 중대형 도시고, 물류와 교통 쪽에서는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상파울루, 고이아니아, 브라질리아를 잇는 축에 걸려 있어서 고속버스 노선도 많다. 그래서 최소한 터미널 하나쯤은 평범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기대는 의미가 없었다.

브라질 Uberlandia 고속버스 터미널 내부 대기 공간

사진과 다르게,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Uberlândia 고속버스 터미널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다.

아 거지나 이상한 양아치 같이 강도 색기 같이 생긴 애들은 많이 돌아다니러다…사람 돌겠더라 진짜…


낡아서 정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워서 편한 것도 아니다.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사람만 모아놓은 느낌이다.

입구는 사진으로 보면 그럴듯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체감된다. 여긴 머물라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 그냥 기다리게 하라고 만든 장소다.

통로는 넓고 매표소도 줄지어 있지만, 그 넓음이 편안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공허하다. 다들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바닥을 내려다본다. 불평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표정들이다.

푸드코트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

버스가 지연되면 보통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뭐라도 먹으면서 기다리자고.
근데 여기선 그마저도 쉽지 않다.

푸드코트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긴 한데, 체인 식당은 단 하나도 없다.

맥도날드, 버거킹, 서브웨이 같은 건 물론 없고, 브라질 로컬 체인조차 없다. 그냥 빵이랑 음료 파는 매점 두 곳 정도가 전부다. 선택지도 거의 없고, 뜨거운 음식이나 제대로 된 식사는 기대하면 안 된다.

배를 채운다기보단 “아무것도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 수준이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18시 30분 버스, 도착 예정은 20시 30분

내가 예매한 버스는 18시 30분 출발이었다.
시간 맞춰 도착했고, 표도 문제없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지나도 아무 안내가 없다.

전광판도 그대로고, 방송도 없다. 이게 브라질 터미널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참 뒤에 직접 물어봤다.
그제서야 돌아온 대답.
“지연됐어요. 도착 예정은 20시 30분쯤이요.”

두 시간 지연이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설명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 식이다. 그래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대답은 단순하다.
환불 불가.
기다리거나, 돈을 포기하거나. 선택지는 그게 전부다.

이건 Uberlândia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게 특정 도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브라질에서 고속버스를 몇 번이라도 타봤다면 알 거다. 이 패턴은 낯설지 않다.

나도 예전에 다른 도시에서 고속버스를 탔다가 세 시간 지연을 겪은 적이 있다. 그때는 다른 대안조차 없어서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규모가 큰 터미널은 시설이 다르다.
상파울루의 Tietê Bus Terminal 같은 곳은 체인 식당도 있고, 편의시설도 많고, 겉보기엔 확실히 낫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지연은 Tietê도 밥 먹듯이 생긴다. 저번에 어디 놀러갈때 2시간 이상 지연된적이 있다 대도시라고 뭔가 달라지진 않음…

시설이 좋다고 해서 시간이 정확해지는 건 아니다. 출발 지연, 도착 지연은 거기서도 흔하다. 차이가 있다면 기다리는 동안 먹을 것과 할 일이 조금 더 있다는 정도다. 시스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번엔 그냥 150헤알을 버리기로 했다.
호텔 잡고, 렌트카로 이동했다. 돈은 아깝다. 하지만 두 시간 넘게 이 터미널에서 아무것도 못 한 채 기다리는 것보단 그게 나았다.

브라질에 오래 살면 기준이 계속 낮아진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그래도 취소는 안 됐잖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확실히 느껴줘야 한다. 이건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정리하자면

Uberlândia는 한국 사람이 굳이 올 이유가 없는 도시고, 이 터미널 역시 기억에 남을 곳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풍경이 여기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브라질 고속버스 터미널은 비슷하다. 시간표는 참고사항이고, 지연은 기본값이고, 환불은 기대 대상이 아니다.

브라질 고속버스의 현실은 이러하다…시간이 조금이라도 중요한 날이라면,
브라질 고속버스는 처음부터 계획에서 빼는 게 맞다.

중요한건 탑승 시간만 지연되는게 아니라 도착 시간은 더욱 더 지연된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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