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처음 강도를 당하던 날, 더 무서웠던 건 친구였다

그때는 왜 거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도 않고, 그렇다고 교훈적으로 정리되지도 않는 기억이다. 그냥 “아, 그때 한 발만 어긋났으면 인생이 끝났겠구나” 싶은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브라질에서 강도를 한번도 당하지 않은 상태였고, 나이는 대충 15~16살쯤. 친구들이랑 한국 남자애들 넷이서 밤에 어두컴컴한 길 옆, 공원 비슷한 인적 드문 곳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물론 민자라서 그러면 안된다는것을 알고있다).

조명도 애매했고, 사람도 없었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절대 있으면 안 되는 장소였는데, 그땐 그냥 “설마 무슨 일 있겠냐”는 생각뿐이었다.

어릴 때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두 명, 분위기가 달랐다

정말 갑자기였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게 흑인 두 명이 나타났다.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고, 다가오는 걸음부터가 이상했다. 말도 길지 않았다. 티셔츠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총을 들이대며 있는 거 다 내놓으라고 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진 않았다. 그냥 “아, 이거구나” 싶었다. 그때 우리가 가진 거라곤 MP3 하나, 현금 조금, 노키아 벽돌폰 같은 휴대폰 정도였지만, 문제는 물건이 아니었다. 상황 자체가 문제였다.

“총 보여줘봐, 진짜야?”라는 미친 한마디

여기서 이해 안 되는 장면이 나온다. 내 친구 중 하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총 보여줘봐, 진짜야?”


MOSTRA ARMA AÍ, MANO.

나는 그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더 소름인 건, 강도 새끼가 진짜로 총을 꺼내 보여줬다는 거다.

그것도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대로 내 배 쪽에 들이대면서. 리볼버였다. 실루엣이 아직도 기억난다. 장난감이니 가짜니 그런 생각할 틈도 없었다. 저건 맞으면 끝이라는 감각이 바로 왔다.

“쏴봐야 진짜지” — 지 배 아니라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또 입을 연다.
“쏴봐 그래야 진짜지.”


ATIRA AÍ, ATIRA AÍ.

지 배 아니라고, 진짜 미친 새끼였다. 그 순간 화도 났지만 그럴 여유도 없었다. 나는 그냥 소리쳤다.

입 닥치라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다 내놓으라고. 그제야 상황이 정리됐다.

물건을 하나씩 바닥에 놓았고, 강도들은 그걸 챙겨서 사라졌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몇 분도 안 됐을 거다.

브라질 밤거리에서 청소년들이 위협적인 상황을 마주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

강도보다 더 열받았던 건 친구였다

강도들이 사라지고 나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대신, 나는 그 친구한테 바로 욕부터 했다.

결국 주먹다짐까지 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어렸지만, 끝까지 “진짜 아니었다”고 우기는 태도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진짜든 가짜든 그게 중요한가. 총이 눈앞에 있는데 왜 검증을 하려 드냐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는 그 이후로

브라질에서 이민 생활을 27년 넘게 하면서 필자는 강도를 여러 번 겪었다. 진짜 많았다. 그런데 그날 나랑 주먹다짐까지 했던 그 친구는, 그 이후로 강도를 한 번도 안 당했다.


겁이 없는 편이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사고 방식이 정상적인 놈은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좀 다른 애였다. 그래서 살아남았는지, 그래서 운이 따랐는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 강도, 그리고 지금 와서 남는 말

어쨌든 그날이 내 첫 번째 강도 경험이었다. 어릴 때라 더 선명하게 남아 있고, 그래서 더 찝찝하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리가 잘한 건 딱 하나다. 괜히 맞서지 않고, 물건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는 거.


요즘은 그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총도 더 흔하고, 상황도 더 예측이 안 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필요 없다.

내 배가 아니라고, 내 머리가 아니라고 장난칠 상황도 아니다. 그냥 넘겨라.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건 썰이 아니라, 실제로 겪고 나서 남는 결론이다.

브라질 현지에서 납치썰은 여기를 클릭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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