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에도 이런 거리가 있다
상파울루에도 이런 거리가 있다.
흔히 브라질이라고 하면 리우의 해변, 정신없는 도심, 혹은 치안부터 걱정하게 되는 이미지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로 상파울루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의 동네를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곳이 바로 Oscar Freire다.
굳이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딱 전성기 가로수길 정도의 느낌이다. 명동처럼 관광객만 가득한 상권도 아니고, 청담처럼 너무 각 잡힌 부촌도 아니다.
그렇다고 동네 골목 상권도 아니고, “잘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거리”에 가깝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상파울루답다.
브라질치고는 유난히 정돈된 분위기
이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브라질 특유의 어수선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보도블록이 비교적 깔끔하고, 상점 외관들이 제각각 튀지 않는다.
쇼윈도도 과하게 요란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돈 냄새는 나지만, 촌스럽지 않은 돈 냄새다.
Oscar Freire 지하철역과 접근성
접근성도 좋다.
Oscar Freire에는 지하철 Oscar Freire 역이 바로 붙어 있는데, 이 역은 상파울루 지하철 **4호선 노란색 라인(Linha 4 – Amarela)**에 속해 있다.
이 노선 자체가 파울리스타 대로, Pinheiros (핑녜이루스), Itabim Bibi (이따잉 비비) 처럼 비교적 잘 사는 지역들을 관통하는 라인이라, 이용객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역 내부나 출입구 주변도 브라질치고는 꽤 정돈돼 있고, 치안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괜히 “좋은 동네는 지하철이 지나간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Oscar Freire는 렌터카 없이도 여행 중 가볍게 들르기 좋은 거리다.
명품보다 강한 브라질 로컬 브랜드들
이 거리의 진짜 재미는 브랜드 구성에 있다.
잘 알려진 글로벌 명품 혹은 브랜드도 물론 있지만, Oscar Freire의 핵심은 오히려 브라질 로컬 상위 브랜드들이다.
관광객 상대로 급하게 파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 소비력이 있는 상파울루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매장들이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Granado – 유일하게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장
Granado 매장은 특히 인상적이다. 리우에서 시작한 브라질 전통 비누·향 브랜드인데, Oscar Freire에 있는 이 매장은 Granado 매장 중 유일하게 아이스크림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다. 참고로 난 안먹어봤다 다음에 먹으면 후기 작성 하겠습니다.
비누와 향을 구경하다가 윗층으로 올라가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따로 마련돼 있어 잠깐 쉬어가기 좋다. 관광객용으로 급조된 구성이 아니라, 이 동네 사람들이 실제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Havaianas –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큰 매장
Havaianas 매장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지만, Oscar Freire에 있는 매장은 내가 가본 Havaianas 매장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다.
그냥 슬리퍼 몇 켤레 쌓아놓은 가게가 아니라, 색상과 라인별로 정리돼 있고,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보여주려는 구조다.
한국 사람들이 하바이아나스 라고 발음을 하던데 그건 현지 발음으론 좀 잘못된 발음이다.
정확한 발음은 아바이아나스에 더 가깝다. 브라질 놀러온 사람들은 꼭 한두개는 사가는 아이템이니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Melissa – 거의 갤러리 같은 플래그십 매장
Melissa 역시 이 거리에서 빠질 수 없다.
브라질 특유의 플라스틱 슈즈 브랜드인데, Oscar Freire 매장은 규모도 가장 크고, 전시 공간에 가까운 느낌이다. 시즌별 컨셉으로 꾸며져 있어 쇼핑 목적이 아니어도 구경할 맛이 난다.
이것도 여성 분들은 좀 많이 사가긴 하더라, 한때 한국에 유행한다 그랬는데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다.
브라질 화장품과 향 브랜드를 한 번에
이 외에도 브라질에서 이름 있는 화장품 브랜드, 향 관련 브랜드들이 대부분 이 거리 근처에 모여 있다.
해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브라질스럽게 잘 만든 브랜드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여행 중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천천히 머무는 카페와 소비 방식
카페들도 급하게 회전시키는 장사 느낌이 아니다.
누가 봐도 임대료 비쌀 것 같은 위치인데도 매장들이 조급해 보이지 않는다.
이건 그만큼 이 동네의 소비 패턴이 안정적이라는 뜻이고, 상파울루 상류층 라이프스타일의 단면이기도 하다.
이 거리에는 Kopenhagen처럼 브라질 초콜릿 브랜드 중에서는 비교적 고급 라인으로 평가받고, 현지에서도 “잘나간다”는 인식이 있는 매장도 자리 잡고 있어 Oscar Freire의 위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관광지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거리’
솔직히 말하면 Oscar Freire는 “와, 여기 대박이다” 같은 관광지는 아니다.
대신 “상파울루에서 잘 산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거리다.
브라질을 몇 번 찍먹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알고 나서 보면 오히려 더 공감되는 곳이다.
그래서 이 거리는
사진만 찍고 나오는 곳이라기보다는
상파울루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체감하듯 걸어보는 거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