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에탄올 연료 이야기

내가 운전을 시작한 게 2009년이다. 어릴 땐 차에 그냥 기름 넣는 거지 뭐, 하고 별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나이 들어 브라질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바로 알코올(álcool), 그러니까 순수 에탄올 연료다.

브라질 주유소에 가면 선택지가 하나가 아니다. 가솔린(gasolina) 옆에 에탄올(etanol, 브라질에서는 그냥 álcool이라고 부른다) 이 나란히 있다.

그것도 가솔린에 조금 섞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순수 에탄올만 넣는 선택지다.

오늘 알코올이 싸면 알코올, 가솔린이 나으면 가솔린. 브라질 운전자는 주유할 때마다 이걸 고른다. 한국에서 운전하던 사람한테는 없던 감각이다.

한국에서느 휘발유냐 (고급 혹은 일반) 경유냐 정도를 고르지, “오늘은 알콜로 넣어주세요” 같은 선택은 안 하니까.

순수 에탄올 연료, E100이 뭐냐면

브라질에서 파는 그 에탄올을 E100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100%지만 실제로는 약 95% 에탄올에 물이 조금 섞인 함수(hidratado) 에탄올이다.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거다. 브라질이 사탕수수 대국이라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에서 이 순수 에탄올을 일반 소비자용 연료로 주유소에서 파는 나라는 사실상 브라질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도 에탄올을 쓰긴 쓰는데, 대부분 가솔린에 5%, 10% 섞는 정도다.

미국이나 스웨덴 같은 데서 E85(에탄올 85%)를 팔긴 했지만 그것도 순수는 아니고 소수 시장이다. 브라질처럼 아무 주유소나 가서 운전자가 매번 자유롭게 “순수 에탄올이냐 가솔린이냐”를 고르는 나라는 없다.

이건 진짜 브라질만의 풍경이다.

왜 브라질만 이렇게 됐을까

이게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시작이었다. 그때 브라질은 석유를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국제 유가가 폭등하니까 나라가 휘청거렸다.

그래서 군사정부 시절인 1975년에 프로알코올(Proálcool) 이라는 국가 프로그램을 밀어붙였다. 사탕수수가 넘쳐나니까 그걸로 연료를 만들어서 석유 수입을 줄이자는 거였다.

그 결과 1979년에 세계 최초로 100% 알코올로만 가는 자동차가 브라질에서 나왔다.

피아트 147(Fiat 147)이라는 차였다. 이때부터 브라질 사람들한테 “차에 알코올 넣는다”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브라질 에타놀 피아트 147 차량 사진

물론 중간에 위기도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 설탕 국제 가격이 오르니까 사탕수수 농가들이 에탄올 대신 설탕을 팔아버려서, 정작 주유소에 에탄올이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알코올 차를 산 사람들이 기름을 못 넣어서 난리가 났고, 한동안 알코올 차 신뢰가 확 떨어졌다.

지금은 ‘플렉스’ 차가 다 해결했다

이 문제를 뒤집은 게 2000년대 초에 나온 플렉스(flex) 차량이다. 정식 명칭은 flex-fuel. 이 차는 가솔린이든 에탄올이든 아무거나 넣어도 되고, 심지어 둘을 섞어서 넣어도 엔진이 알아서 인식하고 돌아간다.

내가 알기론 Ford 에서 개발한 기술인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면 말고.

탱크에 알코올 반, 가솔린 반이 들어 있어도 문제없다.

이게 나오면서 “에탄올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사라졌다.

알코올 없으면 가솔린 넣으면 되니까. 지금 브라질에서 팔리는 신차는 거의 다 플렉스다. 그래서 브라질 운전자들은 주유할 때마다 그날그날 값을 보고 고르는 습관이 생겼다.

브라질 사람들의 ‘70% 법칙’

여기서 브라질 운전자라면 다 아는 실전 계산법이 하나 있다. 바로 70% 법칙이다.

에탄올은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 쉽게 말해 같은 1리터를 넣어도 에탄올이 덜 간다. 그래서 무조건 싸다고 에탄올을 넣으면 손해일 수 있다.

대략 에탄올 가격이 가솔린 가격의 70% 이하일 때 넣어야 이득이라는 게 통설이다.

예를 들어 가솔린이 리터당 6헤알인데 에탄올이 4헤알이면, 4 ÷ 6 = 약 0.67, 즉 67%니까 에탄올이 이득이다. 근데 에탄올이 4.5헤알이면 75%라서 차라리 가솔린이 낫다.

브라질 사람들은 주유소 전광판 보면서 이걸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계산한다. 나도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했는데,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광판 보고 나누고 있더라.

요즘은 앱으로도 자동 계산해주지만, 어쨌든 “가솔린이냐 에탄올이냐”를 매번 고민하는 게 브라질 운전자의 일상이라는 게 핵심이다.

순수 에탄올의 장단점

에탄올을 넣으면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다.

좋은 점부터 보면, 일단 사탕수수로 만드니까 재생 가능한 연료다.

탄소 배출도 가솔린보다 적다. 그리고 옥탄가가 높아서 엔진 성능 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 값이 쌀 때는 지갑에도 확실히 이득이다.

아쉬운 점은 아까 말한 대로 연비가 떨어진다는 거다.

에탄올만 넣으면 가솔린보다 대략 25~30% 정도 주행거리가 짧아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추운 날 아침에 시동이 잘 안 걸린다는 얘기도 있는데, 브라질 대부분 지역은 워낙 따뜻해서 이건 큰 문제는 아니다.

남부 추운 지역에서나 가끔 나오는 얘기다.

한국이랑 왜 이렇게 다를까

결국 이게 가능한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사탕수수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땅과, 수십 년에 걸친 국가 정책. 이 둘이 맞물려서 순수 에탄올이 대중 연료로 자리 잡은 거다.

한국은 애초에 사탕수수가 안 나니까 에탄올을 연료로 쓸 기반 자체가 없다. 이건 어느 나라가 더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땅에서 나는 걸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다른 거다.

브라질에 와서 주유소에서 알코올 버튼을 눌러보면, 이 나라가 어떤 자원 위에 서 있는 나라인지가 은근히 느껴진다.

브라질에서 운전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70% 법칙’ 하나만 기억해두면 된다. 주유소 전광판 보고 에탄올 값을 가솔린 값으로 나눠서 0.7보다 작으면 에탄올, 크면 가솔린. 이거 하나로 현지인처럼 주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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