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갔을 때 음료를 주문하면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되는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Copo Americano(코포 아메리카노)라는 작은 유리컵이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냥 흔하게 생긴 유리컵이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가정집은 물론이고 식당, 바, 빵집, 카페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컵이다.
처음 브라질에 온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브라질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컵이 상당히 익숙해진다.
브라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Copo Americano
Copo Americano는 일반적으로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컵이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아래쪽이 비교적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다. 컵 표면에는 세로 방향으로 홈이 들어가 있어 미끄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크기도 크지 않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형 물컵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은 “이걸로 물을 마신다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브라질에서는 이 작은 컵에 정말 다양한 음료를 담아 마신다.
물은 물론이고 커피, 주스, 맥주 등을 담기도 한다.
특히 브라질의 일상적인 식당이나 동네 바에서 이 컵을 보면 상당히 자연스럽다.
이름부터 조금 재미있다
Copo는 포르투갈어로 컵이라는 뜻이다.
Americano는 미국식 또는 미국인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직역하면 말 그대로 ‘아메리칸 컵’ 정도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컵이 미국에서 특별히 유명한 컵이라서 붙은 이름이 아니라는 점이다.
Copo Americano는 브라질에서 만들어지고 브라질에서 대중화된 대표적인 유리컵이다.
즉 이름만 보면 미국에서 온 제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브라질 생활문화와 굉장히 밀접한 물건이다.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Copo Americano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브라질의 유리 제조업체인 Nadir Figueiredo가 1940년대 중반부터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브라질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고급 식기라기보다는 대량으로 생산하기 좋은 실용적인 컵에 가까웠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튼튼했으며 여러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브라질 가정과 상업시설 곳곳에 자리 잡았다.
결국 수십 년이 지나면서 단순한 컵을 넘어 브라질 사람들에게 익숙한 생활용품이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이 쓰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실용성이다.
Copo Americano는 상당히 튼튼한 편이다.
식당에서는 컵이 깨지거나 망가지는 일이 꽤 골치 아픈 문제인데, 이 컵은 비교적 두꺼운 유리로 만들어져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그리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비싼 장식용 컵처럼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집에서 물을 마실 때 사용하고, 손님이 오면 여러 개를 꺼내 놓고, 식당에서는 음료를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깨지면 다시 사면 된다.
이런 실용적인 특성이 브라질의 일상적인 식문화와 잘 맞았던 셈이다.
브라질에서는 커피도 이 컵에 마신다
한국인이 브라질에서 특히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커피다.
브라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cafézinho는 아주 작은 잔이나 Copo Americano 같은 컵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의 커피 문화는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큰 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익숙하지만, 브라질에서는 뜨겁고 진한 커피를 작은 컵에 마시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여기에 설탕을 상당히 많이 넣어 달게 마시는 사람도 많다.
동네 가게에서 잠깐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일을 하다가 짧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식이다.
이때 Copo Americano가 등장한다.
한국 사람에게는 평범한 유리컵처럼 보이지만 브라질에서는 상당히 익숙한 커피잔인 셈이다.
맥주를 마실 때도 등장한다
Copo Americano는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브라질의 동네 바나 간단한 술집에서는 커다란 전용 맥주잔 대신 작은 유리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명이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큰 잔 하나에 계속 따라 마시는 것보다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마시는 방식이 편하기도 하다.
물론 브라질에는 맥주를 위한 다양한 종류의 잔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분위기에서는 굳이 비싼 전용잔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익숙한 Copo Americano 하나면 충분하다.
한국의 ‘국민 유리컵’과 비교하면?
한국에도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생활용품들이 있다.
예전 한국 가정에서 흔하게 사용하던 투박한 유리컵이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기본 유리잔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Copo Americano 역시 비슷한 위치에 있다.
엄청나게 고급스럽지도 않고 특별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제품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할머니 집에서도 볼 수 있고, 동네 식당에서도 볼 수 있고, 회사나 가정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단순한 컵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디자인도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
Copo Americano를 처음 보면 “이게 그렇게 특별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화려한 무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다.
투명한 유리에 세로로 홈이 들어가 있고 위쪽이 살짝 넓어지는 형태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장점이다.
어떤 식탁에 놓아도 튀지 않는다.
물을 담아도 되고 커피를 담아도 된다.
주스를 담아도 되고 맥주를 담아도 된다.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컵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브라질에서는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Copo Americano가 단순히 많이 팔리는 제품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일종의 문화적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너무 흔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그 익숙함 때문에 브라질을 대표하는 물건 중 하나가 됐다.
한국으로 치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생활용품 같은 느낌에 가깝다.
외국인이 보면 “왜 저 컵을 이렇게 많이 쓰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지인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다.
브라질을 여행한다면 한번 찾아보자
브라질 여행을 할 때 유명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런 사소한 생활용품을 관찰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어떤 컵을 사용하는지 보고, 동네 카페에서 어떤 방식으로 커피를 내주는지 살펴보면 브라질의 생활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특히 Copo Americano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여행객들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수십 년 동안 브라질 사람들의 일상에 함께해 온 물건이다.
한국에서 브라질을 생각하면 축구, 삼바, 커피, 카니발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브라질 사람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것은 이런 평범한 물건들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Copo Americano다.
결국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컵
Copo Americano가 특별한 이유는 특별하게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평범하고, 저렴하고, 튼튼하고,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브라질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브라질에서 이 컵을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이라면 그냥 “작은 유리컵 하나 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컵에 담긴 역사를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수십 년 동안 브라질의 가정과 식당, 카페와 바에서 사용되어 온 컵.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쉽게 볼 수 있는 컵.
Copo Americano는 어쩌면 브라질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브라질다운 물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