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우버 타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이 썰부터 꺼낸다.
그날의 시작은 평범했다
친구 집에서 술자리가 있었다. 뭐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그냥 “좋은 인삼주 들어왔다”는 말 한 마디에 모인 자리였다. 브라질 살다 보면 가끔 이런 날이 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좋은 술 나왔다고 부르면 다들 냉큼 달려가는 그런 날.
그날 우리는 제대로 마셨다. 부어라 마셔라, 거하게 한 판 했다. 브라질 살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있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도 있고, 인삼주 향이 은근히 기분 좋게 올라오고.
어느 순간부터는 잔이 비는지 차는지도 몰랐다.
결국 완전히 취했다.
우버 부르고 잠들었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됐다. 몸은 이미 반쯤 나가 있었지만 그래도 브라질에서 술 취해서 혼자 돌아다니는 건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버 불렀다. 목적지 찍고, 차 탔고, 그리고 기억이 거기서 끊겼다.
잠들었다.
브라질 살면서 우버 타고 깜빡 조는 경우야 한두 번이 아니다. 피곤할 때 탔다가 목적지 도착하면 기사가 깨워주는 게 보통이다. 그날도 그냥 그렇게 되겠거니 했다.
근데 그날은 달랐다.
인간의 귀가 본능이라는 게 있다
술에 취해 잠든 상태에서도 뭔가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주변 소리가 달라졌다거나, 차 속도가 달라졌다거나.
뇌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눈을 떴다.
창밖을 봤다. 그리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가 아니었다. 도로가 넓어지고 있었고, 주변에 건물이 없어지고 있었고, 차는 고속도로 진입로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집이었는데.
개지랄을 떨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브라질에서 우버 관련 사고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납치, 강도, 가짜 우버.
그게 다 남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 이야기랑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소리를 질렀다. 세워달라고. 포르투갈어로, 한국어로, 섞어서. 주유소에 세우라고 손짓 발짓 다 했다. 기사가 뭐라뭐라 했는데 그게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행히 근처에 주유소가 보였다. 거기서 세워달라고 개지랄을 떨었고, 차가 멈췄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
주유소에서 눈도 안 깜빡이고
주유소 불빛 아래 서 있었다. 술기운이 반쯤 날아갔다. 아니 무서워서 날아간 것 같다.
일단 폰을 꺼냈다. 우버 앱 열었다. 현재 위치 찍혔다. 집이랑 방향이 완전히 반대였다.
새 우버를 불렀다. 차가 올 때까지 주유소 안에 들어가서 기다렸다. 직원한테 말도 걸면서. 혼자 바깥에 서 있기가 싫었다.
새 우버 왔다. 탔다. 그리고 이번엔 눈을 한 번도 안 깜빡였다.
앱에서 경로 계속 확인하면서, 기사 얼굴도 계속 보면서, 지도랑 실제 도로랑 계속 맞춰가면서 집까지 왔다.
집 문 닫고 나서야 숨을 제대로 쉬었다.
진짜 무서웠다.
브라질 우버, 실제로 위험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 브라질 우버가 무조건 위험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도 브라질에서 몇 년째 살면서 우버를 수백 번은 탔다. 대부분은 아무 문제 없었다.
근데 그날 내 경우처럼, 방심하면 진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브라질에서 우버 관련 사고가 제로가 아닌 건 사실이다. 특히 술 취한 승객을 노린 케이스, 가짜 우버인 척하는 케이스, 경로 이탈 케이스가 실제로 보고된다.
내 경우가 의도적인 범행이었는지, 아니면 기사가 단순히 경로를 잘못 든 건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냥 내렸으니까.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잠들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게 중요하다.
브라질에서 우버 안전하게 타는 법 (현지 거주자 기준)
몇 년 살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방법들이다.
1. 차 타기 전에 번호판 반드시 확인 앱에 나온 차량 번호판이랑 실제 차 번호판이 일치하는지 꼭 확인한다. 가짜 우버가 근처에 대기하다가 먼저 “우버요?” 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2. 출발 전에 경로 한 번 확인 앱에서 경로가 어떻게 잡혔는지 출발 전에 한 번 봐둔다. 중간에 경로가 이상하게 바뀌면 바로 눈치챌 수 있다.
3. 술 취한 상태에서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졸리면 창문 내리거나, 음악 듣거나, 폰 보거나. 뭐든 해서 깨어있는다.
4. 실시간 위치 공유 카카오톡이든 뭐든 친구한테 실시간 위치 공유 켜놓고 탄다. 브라질 살면서 생긴 습관이다.
5. 낯선 곳 내려달라고 하면 바로 내린다 기사가 이상한 경로로 가거나 분위기가 이상하면 망설이지 말고 사람 많은 곳에서 내린다. 주유소, 편의점, 쇼핑몰 앞 어디든.
마지막으로
브라질 여행 오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우버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근데 브라질은 한국이 아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아무 생각 없이 타고 잠들면 안 된다. 특히 술 취한 밤에는.
나는 그날 운이 좋았다. 귀가 본능이 살아있었고, 주유소가 근처에 있었고, 새 우버가 빨리 왔다.
다음엔 그 운이 있을지 모른다. 옛날에 납치 브라질에서 납치 당한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더 예민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아무튼 여행시 꼭 조심해라.